APR과 EAR — 카드 이자가 표시금리보다 비싸 보이는 이유
대출 상품이나 카드 명세서에 적힌 "연 12%"라는 숫자를 보고 1년에 12%만 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실제로 얼마를 내는지는 이자가 얼마나 자주 복리로 붙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그 결과 숫자가 명목금리(APR)보다 항상 더 큽니다. 이 가이드는 APR과 EAR(실효 연이율)이 왜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계산식으로 정리합니다.
1. APR과 EAR, 무엇이 다른가
APR(Annual Percentage Rate, 명목 연이율)은 계약서·광고에 적힌 표시금리입니다. 1년 동안 몇 번 복리로 계산되는지는 반영하지 않은 "액면가" 숫자입니다. 반면 EAR(Effective Annual Rate, 실효 연이율)은 실제로 복리가 몇 번 붙는지(월별·주별·일별)까지 반영해 "진짜로 1년에 얼마를 내는가"를 계산한 숫자입니다. 복리 주기가 촘촘할수록 EAR은 APR보다 커집니다.
2. EAR 계산식
n = 1년간 복리가 붙는 횟수(연 1회, 월 12회, 일 365회 등)
명목금리를 n으로 나눠 "1회 복리당 이율"을 구한 다음, 그걸 n번 곱해서(거듭제곱) 다시 1년치로 환산하는 구조입니다. n이 1보다 크면 이 값은 항상 원래 APR보다 커집니다 — 나눴다가 다시 곱하는 과정에서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가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3. 실제 계산 예시: 명목 12% 월복리
명목금리 12%(APR), 월 복리(n=12)인 경우를 계산해보면:
= (1 + 0.01)¹² − 1
= 1.126825... − 1
≈ 0.1268 = 12.68%
표시금리는 12%였지만 실제로 1년치를 계산하면 12.68%가 됩니다. 차이(0.68%p)는 크지 않아 보여도, 원금이 크거나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제 이자 부담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됩니다.
4. 신용카드가 더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
신용카드는 보통 월복리보다 훨씬 촘촘한 일별 복리(n=365)를 사용합니다. 같은 명목금리라도 n이 12에서 365로 늘어나면 EAR은 더 벌어집니다. 게다가 카드는 결제 후 무이자 기간(그레이스 피리어드)이 끝나고 일부라도 잔액이 남으면, 그 잔액 전체에 대해 매일 이자가 복리로 쌓이는 구조가 많습니다. 즉 "명목 연 15%" 카드라도, 실제 부담하는 EAR은 그보다 눈에 띄게 높고, 잔액을 오래 남겨둘수록 이자가 이자를 부르며 불어납니다.
5. 대출 비교할 때 주의할 점
서로 다른 대출 상품을 비교할 때 명목금리(APR)만 보면 착시가 생길 수 있습니다. A상품이 "연 5%, 월복리"이고 B상품이 "연 4.9%, 일복리"라면, 표시금리는 A가 높아 보여도 실제 EAR을 계산해보면 순위가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국가·금융권에서는 대출 상품 비교 시 EAR/APY 공시를 의무화하기도 합니다 — 명목금리만으로는 실제 비용을 과소평가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복리 횟수(n)가 늘어날수록 EAR은 끝없이 커지나요?
A. 아니요, 수렴합니다. n을 무한히 늘리면(연속복리) EAR은 e^APR − 1이라는 상한값에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월복리·일복리 범위에서는 n이 늘수록 EAR이 계속 커지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Q. 수수료가 없으면 APR과 EAR이 같아지나요?
A. 수수료 유무와 EAR·APR 차이는 별개 문제입니다. 수수료가 0이어도 복리가 연 1회 초과로 붙으면 EAR은 여전히 APR보다 큽니다. EAR과 APR이 정확히 같아지는 경우는 복리 횟수 n=1(연 1회 복리)일 때뿐입니다.
Q. 예금 이자도 이 계산이 적용되나요?
A. 네, 예금·적금도 동일한 원리입니다. 예금은 EAR이 높을수록(복리 주기가 촘촘할수록) 실제로 받는 이자가 더 많아지므로, 이 경우엔 EAR이 높은 쪽이 소비자에게 유리합니다. 대출은 반대로 EAR이 낮을수록 유리합니다.
Q. 대출 APR과 EAR 중 어느 쪽으로 비교해야 하나요?
A. 복리 주기가 다른 상품끼리 비교할 때는 EAR(실효금리) 기준으로 비교하는 게 정확합니다. APR은 계약서상 표시금리일 뿐, 실제 부담을 나타내는 숫자는 EA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