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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m Ipsum, 키케로가 쓴 그 문장이 왜 의미 없는 글자로 보이나

가이드 · 2026.08.20 최종 확인

디자이너와 개발자라면 한 번쯤 "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adipiscing elit..."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라틴어처럼 보이지만 사전을 찾아봐도 뜻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 이 텍스트는 실제 라틴어 원문에서 출발했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형태는 그 원문이 인쇄 과정에서 잘리고 짜깁기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가이드는 원문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지금의 "의미 없는 글자"가 됐는지, 그리고 로렘 입숨 생성기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텍스트를 만드는지를 정리합니다.

1. 원문은 실제로 존재하는 철학서다

Lorem ipsum의 뿌리는 기원전 45년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가 쓴 "De Finibus Bonorum et Malorum"(선악의 한계에 관하여)입니다. 이 책은 쾌락과 고통, 윤리에 관한 스토아·에피쿠로스 학파의 논쟁을 다루는 정통 철학 저작으로, 지금도 라틴어 원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즉 "Lorem ipsum"은 누군가 무작위로 지어낸 글자 나열이 아니라, 실존하는 고전 문헌의 한 대목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2. 어떻게 "의미 없는" 텍스트가 됐나

문제는 1500년대에 일어났습니다. 당시 인쇄업자들은 활자 조판을 테스트하거나 레이아웃 샘플을 보여줄 때, 독자가 내용에 집중해 딴 생각을 하지 않도록 실제 뜻이 있는 문장 대신 쓸 만한 "더미 텍스트"가 필요했습니다. 이때 De Finibus의 한 구절을 가져다 쓰면서 일부 단어를 잘라내고, 순서를 뒤섞고, 새로운 단어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변형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첫 단어 "Lorem"입니다. 이 단어는 원문에 존재하지 않으며, 원문의 "dolorem"(고통을)이라는 단어에서 앞의 "do-"가 잘려나가 우연히 만들어진 형태입니다. 즉 "Lorem"은 라틴어 사전에 없는, 인쇄 과정의 부산물인 셈입니다.

3. 원문과 통용 텍스트, 나란히 비교하면

키케로 원문의 실제 구절과 오늘날 디자인 목업에 쓰이는 표준 Lorem ipsum 텍스트를 나란히 놓아 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구분텍스트
키케로 원문(De Finibus 1.10.32)"...Neque porro quisquam est, qui dolorem ipsum quia dolor sit amet, consectetur, adipisci velit..."
오늘날 통용되는 Lorem ipsum"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adipiscing elit..."
비교 포인트: 원문의 "dolorem ipsum"이 "Lorem ipsum"으로, "dolor sit amet"는 그대로, "adipisci"는 "adipiscing"으로 어미가 바뀌어 있습니다. 얼핏 라틴어 문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사자마다 조금씩 다른 버전이 유통될 만큼 표준화되지 않은, 인쇄업계 관행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라틴어를 아는 사람이 읽어도 "말이 되는 문장"으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4. 이 도구가 생성하는 텍스트는 원문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실제 로렘 입숨 생성기의 코드를 확인한 결과, 라틴어 모드는 통용 Lorem ipsum 텍스트에서 쓰이는 약 90개 단어를 고정 목록(LOREM_WORDS)으로 저장해두고, 문장을 만들 때마다 이 목록에서 단어를 무작위로 뽑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즉 원문이나 표준 문단을 그대로 복사해 보여주는 게 아니라, 훼손된 버전의 어휘 풀에서 매번 새로운 순서로 문장을 생성합니다("Lorem ipsum..."으로 시작 옵션을 켜면 도입부만 표준 문구로 고정됩니다). 이 방식 덕분에 같은 개수를 요청해도 매번 다른 문장이 나오지만, 애초에 어휘 자체가 키케로의 원문이 아니라 1500년대 인쇄업자가 만든 훼손된 라틴어 단어 목록에 기반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5. 한국어 모드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이 도구의 한국어 모드는 라틴어 모드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라틴어를 음차하거나 글자를 뒤섞는 게 아니라, 실제 한국어 명사·형용사·동사 목록에서 단어를 뽑아 "형용사+명사+은/는 형용사+방식으로+동사" 구조의 문법적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을 조합합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사람은 새로운 방식으로 성장한다"처럼, 뜻은 통하지 않아도 한국어 문법 규칙은 지키는 문장이 만들어집니다. 라틴어 모드가 "의미를 알 수 없게 훼손된 실존 문헌"이라면, 한국어 모드는 "문법은 맞지만 맥락 없이 조합된 문장"이라는 점에서 더미 텍스트를 만드는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6. 왜 지금도 쓰이는가

더미 텍스트의 목적은 "읽어도 뜻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 문장을 쓰면 검토자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느라 정작 봐야 할 폰트 크기, 줄 간격, 레이아웃 균형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라틴어 기반 Lorem ipsum은 로마자 알파벳 사용권에서 이 목적에 가장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500년 가까이 업계 표준으로 굳어졌습니다. 텍스트 분량이나 글자 수 배분을 검토할 때는 글자수 세기로 실제 출력값을 확인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orem"이라는 단어는 실제 라틴어 단어인가요?

아닙니다. 키케로 원문의 "dolorem"(고통을)이라는 단어에서 앞부분 "do-"가 잘려나가면서 우연히 생긴 형태로, 라틴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아닙니다.

Q. 원문 그대로의 Lorem ipsum도 도구에서 생성되나요?

아닙니다. 도구는 통용되는 훼손된 라틴어 단어 목록에서 매번 무작위로 단어를 뽑아 문장을 만들기 때문에, 키케로의 원문 문장이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습니다. "Lorem ipsum..."으로 시작 옵션을 켜면 도입부 문구만 표준 형태로 고정됩니다.

Q. 생성된 텍스트를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되나요?

네. Lorem ipsum은 저작권이 소멸된 공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한국어 더미 텍스트도 키케로 원문과 관련이 있나요?

아닙니다. 한국어 모드는 라틴어 원문과 무관하게 실제 한국어 명사·형용사·동사 목록을 조합해 문법적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을 별도로 생성하는 방식입니다.